예타 암초 만난 ‘대전교도소’ 이전 쉽지 않네

과밀수용·시가지 인접 등…2019년 위탁개발 선정

낮은 사업성 평가 복병…정치권, 예타 면제 추진

대전교도소 정문 뒤편으로 고층 아파트가 보인다. 이종섭 기자

지난 16일 오전 대전 유성구 대정동 대전교도소 앞에서 2차선 도로를 따라 800m쯤 지나자 6차선 대로가 펼쳐졌다. 맞은편엔 대단지 아파트가, 인근에는 대형마트와 쇼핑몰도 있다. 교도소 뒤편에도 고층 아파트가 늘어섰다. 교도소 반경 약 1㎞ 내 주거단지가 즐비하다.

인근에 사는 박모씨(48)는 “아파트 고층에서 보면 훤히 내려다보일 정도로 가깝다”며 “이전 계획이 수년 전부터 나왔지만 진척이 전혀 없는 것 같다”며 고개를 저었다.

도시개발과 노후화로 시작된 대전교도소 이전 사업이 수년째 표류 중이다.

1984년 지어진 교도소는 당시에는 대전 외곽이었지만 도시가 팽창하면서 시가지 한가운데 자리 잡은 형국이 됐다. 논·밭이었던 주변 지역에 고층 아파트가 하나둘 들어섰기 때문이다.

교도소는 노후화와 과밀 수용 문제도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2월 기준 대전교도소 수용률은 124.9%다. 전국 교정시설 평균 수용률 115%를 크게 웃돌고, 전국 교정시설 가운데 세 번째로 높다.

이에 이전 필요성이 커졌고 2017년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 반영되면서 가시화되는 듯했다. 같은 해 12월 유성구 방동 일대 개발제한구역 91만㎡으로 옮기기로 정해지면서 대전시는 교도소 때문에 추진하지 못했던 도안 3단계 개발사업을 통해 일대에 주거·상업·첨단산업단지를 조성한다는 청사진도 내놨다.

2019년 정부 국유재산 위탁개발사업으로 선정됐고, 대전시·법무부·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시행협약을 맺어 사업 계획을 세웠다. LH가 새로운 교정시설을 건립하는 대신 현 교도소 부지를 개발해 비용을 충당하기로 했다.

순조롭게 진행될 듯했던 이전 사업은 최근 암초에 부딪혔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예비타당성 조사 과정에서 사업성이 낮다는 평가가 나오면서다. 이전 부지 규모를 53만1000㎡로 축소해 조성 비용을 줄이기도 했지만 결국 사업 추진의 첫 관문을 넘지 못했다.

현재로서는 예비 타당성 조사 면제가 유일한 사업 추진 방법이다.

대전시는 정부 설득 작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지역 균형 발전이나 긴급한 경제·사회적 상황 대응 등을 위한 국가 정책적으로 추진해 국무회의 의결로 예타 없이 추진하려는 것이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올해 대전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에게 관련 건의를 해 긍정적 답변을 받았다며 희망적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문제는 총선 전 이뤄진 대통령의 구두 약속이 언제쯤 현실화할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야당은 법 개정을 해법으로 제시한다. 교도소가 위치한 유성갑 지역구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2월 교정시설 등을 신·증축할 때는 예타를 받지 않도록 하는 공공기관 운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이 법안은 다음 달이면 21대 국회 임기 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되기 때문에 22대 국회 개원과 함께 논의가 원점으로 돌아갈 공산이 크다.

지역 정치권은 총선 과정을 거치며 ‘네 탓’ 공방만 벌일 뿐 실효성 있는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전 사업이 조기에 가시화되지 못하면 행정 무능과 정치력 부재라는 비판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총선에서 대전 지역구 의석 7석을 모두 차지한 민주당 당선인들은 선거 후 합동 기자회견에서 “대전 교도소 이전 문제 등은 여야가 큰 이견이 없고 실천만 남은 현안”이라며 대전시와 지역 국회의원 간 정책협의체를 구성해 현안을 함께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태준업 대전시 도시정비과장은 “사업 추진을 위해 정부를 설득하고 관련 부처와 긴밀히 논의해 나갈 것”이라며 “지역 정치권의 협조를 구하고 협력을 통해 문제를 풀어나가는 것도 필요한 과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