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선거 캐스팅보트 대전·충남, 대선 표심 향방 여전히 ‘안갯속’

역대 각종 선거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온 대전·충남지역은 36일 앞으로 다가온 3·9 대통령선거 표심의 향방을 쉽게 가늠할 수 없는 형국이다. 사진은 기사의 내용과 관련 없음/뉴스1

역대 각종 선거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온 대전·충남지역은 36일 앞으로 다가온 3·9 대통령선거 표심의 향방을 쉽게 가늠할 수 없는 형국이다.

오미크론 대유행 속에 맞은 설 명절이라 비록 많은 형제·친지들이 모이진 못했지만
연휴 밥상머리의 최대 화두는 단연 ‘대선’이었다.

특히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이재명·윤석열 후보 모두 “도덕적 흠결이 많다”며 투표 참여 여부와 지지 후보를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는 목소리들이 많았다.

◇후보들 자질에 비판 목소리 커…”도긴개긴 수준”

1일 대전·충남 지역민들에 따르면 대전 중구에 사는 김모씨(58)는 “뽑을 사람이 너무 없다. 예전부터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했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대장동 문제나 욕설이 담긴 녹취록 등 이재명 후보를 선택하고 싶지 않다”라며 “그렇다고 일생을 검사 생활만 한 국민의 힘 윤석열 후보를 찍을 생각도 없다”고 밝혔다.

이어 “사표가 우려되는 데다 종전 선거에서 중도 포기한 경우가 몇 차례 있지만 그나마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낫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라며 “앞으로 TV토론회 등을 듣고 진정 대한민국을 맡겨도 좋을 지도자인지 생각해 본뒤 결정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오미크론 확산 때문에 가족동반 없이 자신만 대전 부모님을 뵙고 서둘러 올라간다는 서울 거주 서모씨(50)는 “두 후보 모두 인성에 문제가 있어 마음에 안든다”라면서도 “하지만 현 정권이 너무 위선적이다. 정권 교체는 반드시 필요한 만큼 맘에 안 들어도 윤석열 후보를 찍을 것”이라고 말했다.

역시 서울에서 대전 부모님을 뵙기 위해 대전에 내려왔다는 직장인 김모씨(39)는 “이번 선거에서는 도저히 누구를 찍어야 할지 모르겠다”며 “후보들이 마음에 들게 하다가도 돌발행동을 하는 탓에 머리가 아픈 수준이다. 원래 정치색은 없었지만 이 정도로 인물이 없나 싶다”라며 후보들의 자질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코로나19가 막 시작된 2020년 3월 군에 입대해 자신을 ‘코로나 군번’이라고 소개한 배모씨(23)는 “전과, 짧은 정치경력, 연이은 출마 등 제가 아는 세 후보 모두 신선함이 없는 도긴개긴 수준”이라며 “좀 더 고민해 결정할 것”이라며 유보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2004년 1월생으로 이번에 첫 대선투표권이 주어진 고3 학생 민모씨(18·여)는 “만 18세 유권자가 전체 유권자의 1%라고 들었다. 우선 투표권이 주어졌다는 게 기쁘다”라며 “고등학교 입학 때부터 현재까지도 코로나 상황이다. 학생들의 백신 접종을 강요하는 등 통제가 너무 과하다. 적어도 현 정부와 같은 당 후보는 찍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부가 각각 양당 후보를 따로 지지하는 사례도 있다.

대전 대덕구 송촌동 거주 최모씨(47)는 “양강 후보 모두 도덕적 흠결은 있다. 하지만 이재명 후보는 추진력이 남다르다. 그래서 지지한다”라며 “아내는 윤석열 후보의 불의에 굴하지 않는 모습이 맘에 든다고 한다.(우리 부부는)각자의 의견을 존중하기로 했다. 이 문제로 싸우지 않기로 했다”라며 정치적 견해 차이로 부부간의 금슬(?)까지 깨고 싶지 않다는 솔직한 입장을 전했다.

◇부부가 각각 다른 후보 지지도…TV토론·부친 고향까지 고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부친인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의 고향이 충남 공주인 점을 고리로 ‘충청대망론’의 열기가 강한 충남지역민들도 바짝 다가온 대선에 많은 관심을 보이면서도 조금 더 지켜보겠다는 신중론을 펼치고 있다.

인천에서 부여 큰 형님댁을 찾은 김모씨(65)는 “천주교 신자인 제 입장에서는 윤석열 후보의 무속 관련 소문 탓에 꺼림칙하다. 그렇다고 이재명 후보에게 정이 가는 것도 아니다”라며 “선거 당일 투표장에 가서 손이 가는 대로 투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수원에서 충남 홍성 부모님 댁을 찾은 50대 손모씨는 “윤석열 후보는 딱히 마땅치는 않고 민주당은 싫고, 안철수를 찍으면 좋겠는데 그 사람은 가능성이 없으니까 그게 문제”라며 “TV 4자 토론회 보고 지지 후보를 결정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 충남 예산에 거주하는 60대 박모씨는 “일단은 정권은 바뀌는 쪽으로 보는 거지. 그런데 이게 안철수 후보가 괜찮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은 것 같다”면서 “자칫 이재명 후보를 당선시키는 꼴이 될 수 있다. 이제라도 둘이 합치면 제일 좋겠다”라며 야권 단일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충남 서산시 동문동에 사는 50대 이모씨는 “이재명 후보 측이 자료 없이 말 잘하는 재치로 국민을 호도할 수 있어 윤석열 후보 측이 자료 준비해서 토론하자고 하자 협상 자리를 박차고 나가서 결국 무산됐다”라며 “증거 자료가 무서운 모양”이라며 이재명 후보는 절대 안 된다는 단호한 입장을 드러냈다.

이밖에 윤석열 후보의 부친인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91·파평 윤씨 문정공파 12대손)의 고향인 충남 공주 및 논산 지역민들이 그에게 거는 기대감은 남달랐다.

사실 윤 전 총장은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출신이다. 다만 부친이 공주시 탄천면 장선리와 논산시 노성면 죽림리에서 거주했다.

비록 행정구역은 공주와 논산으로 나뉘어 있지만 이들 동네 간 거리는 불과 2~3㎞에 불과하다. 이들 2개 동네와 윤증 고택이 있는 노성면 교촌리는 과거 파평 윤씨 집성촌이었으며, 지금도 파평 윤씨들이 모여 살고 있다.

죽림리 인근인 노성면 병사리 출신인 박모씨(54·여)는 “솔직히 정치도 잘 모르고 윤석열 후보도 잘 모른다. 하지만 살아있는 권력에 굴하지 않는 모습에서 새로운 정치의 희망을 봤다”라며 “두 후보 모두 도덕적 흠결이 있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적어도 내로남불 정권보다는 낫지 않겠느냐”라며 윤 후보에 대한 강한 지지를 숨김없이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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